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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SF드라마의 가능성 '시지프스'(세계관, 연출, 아쉬움)

by 자유를찾은도비 2025. 12. 4.

드라마 시지프스 포스터

JTBC 드라마 《시지프스: the myth》는 2021년 방영 당시 뜨거운 기대와 함께 시작된 한국형 SF 드라마였습니다. 시간여행과 음모론, 그리고 액션까지 결합된 이 작품은 K-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본격 SF 세계관 구축 시도로 주목받았죠. 2024년 현재, 우리는 ‘시지프스’를 단순한 흥행 여부를 넘어 한국 SF 드라마의 도전과 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리뷰에서는 시지프스의 세계관, 연출, 캐릭터 구성을 중심으로 그 진가를 다시 조명합니다.

한국 드라마 최초 수준의 세계관 시도

《시지프스》는 대한민국 최초로 본격 ‘타임루프 +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시도한 SF 드라마입니다. 극 중 주인공 한태술(조승우)은 미래에서 현재로 넘어온 강서해(박신혜)와 만나며 인류의 미래와 과거를 넘나드는 거대한 음모 속으로 빠져듭니다. 드라마는 시간여행이라는 SF 기본 요소 외에도, - 평행세계(미래와 현재의 동시 존재) - 양자이론을 응용한 이동 장치 ‘업로더’ - AI 기반 감시 시스템 ‘컨트롤러’ - 세계 멸망을 막으려는 조직 vs 파괴를 원하는 세력 같은 다양한 설정을 엮으며 기존 K드라마에서 보기 어려운 세계관 규모를 보여줍니다. 물론 서사의 복잡함과 설명 부족으로 일부 시청자에게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러한 시도 자체만으로도 ‘한국 드라마가 SF 장르를 어디까지 표현할 수 있는가’에 대한 강력한 가능성의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액션과 연출로 구현한 긴장감 있는 서사

《시지프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눈으로 보는 재미, 즉 연출과 액션의 완성도입니다. 특히 강서해 역의 박신혜는 여성 액션 히어로로서 기존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강인한 캐릭터를 소화해냈고, 총기 액션, 근접전, 와이어 액션까지 자연스럽게 소화해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또한 디스토피아 세계를 구현한 CG 퀄리티도 국내 드라마 기준에서 매우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건물 붕괴, 포탈 이펙트, 전투 장면 등은 헐리우드식 연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OTT 중심의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가능한 수준의 비주얼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특히 ‘미래에서 온 자들’을 추적하는 감시자 조직 컨트롤러의 분위기, 미래 도심의 어두운 질감, 기술과 통제가 지배하는 공간 구성은 ‘한국에서 만든 SF도 이 정도까지 가능하다’는 인식 전환을 이끌어냈습니다.

아쉬움 속에서도 남은 시사점

《시지프스》는 방영 당시 "설정은 훌륭하지만 설명이 부족하다", "초반 기대에 비해 후반이 무너진다"는 비판도 함께 받았습니다. 특히 중후반부 전개가 느슨하고 복잡한 세계관에 대한 친절한 설명 부족이 몰입도를 떨어뜨렸다는 평이 많았죠.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러한 아쉬움은 그만큼 높은 기대와 독창적인 시도 때문이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 드라마는 로맨스, 가족극, 복수극 중심의 구성을 보여줘왔지만, 시지프스는 이들과 결을 달리한 순수 장르물의 개척자적 성격을 지녔습니다. 실제로 이후 방영된 SF·미스터리물들(예: 디지털 플랫폼의 SF 시리즈, 장르 혼합 드라마들)에도 《시지프스》의 기술적 시도와 서사 구조가 영향을 준 부분이 관찰됩니다. 이 드라마가 실패작이 아닌 ‘과도기적 실험작’으로서 평가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시지프스》는 완벽한 드라마는 아니지만, 한국형 SF 장르의 확장을 알린 의미 있는 도전작입니다. 복잡한 세계관, 과감한 연출, 캐릭터 중심의 구조는 K-드라마가 앞으로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2024년 지금, 장르물의 뿌리를 다시 확인하고 싶다면 《시지프스》를 다시 한 번 감상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