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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고 싶은 드라마 '라이브' 리뷰(경찰, 현실, 결론)

by 자유를찾은도비 2025. 12. 9.

드라마 라이브 포스터

tvN 드라마 라이브(Live)는 화려하지 않지만 현실적이고 묵직한 감동을 주는 작품입니다. 경찰이라는 직업을 ‘영웅’이 아닌 하루하루 생존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 드라마는, 조직의 부조리, 직업적 소명의식, 개인의 감정을 탁월하게 담아냈습니다. 경찰이라는 옷을 입은 평범한 사람들이, 위기 속에서도 ‘사람’으로 살아가려 애쓰는 이야기. 그게 바로 라이브입니다.

사람 냄새 나는 경찰 이야기

라이브는 경찰의 하루를 단순히 사건 해결로 그리지 않습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강력계 형사도 아니고, 드라마 속 전형적인 히어로도 아닙니다. 지구대 경찰관, 즉 우리 일상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일하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주인공 한정오(정유미 분)는 안정적인 삶을 꿈꾸며 경찰이 된 인물입니다. 그러나 현장은 책에서 배운 것과는 전혀 다른 세계입니다.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고, 조직에서는 무시당하고, 사회적 평가는 낮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점점 ‘경찰이라는 옷’보다,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을 고민하게 됩니다. 동료 경찰 오양촌(배성우 분), 염상수(이광수 분) 등도 각자의 상처와 현실을 안고 있지만, 현장에서 누구보다 진지하게 살아갑니다.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이들이 모두 평범한 사람이라는 데 있습니다. 영웅이 아닌 “고단한 일상 속에서 버티고 있는 사람”. 그래서 더 진심이 느껴집니다.

조직과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는 고통

드라마는 경찰 내부의 부조리, 위계,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 진급 경쟁, 상명하복, 실적 중심의 시스템, 내부 고발의 위험 등—현실의 공무원 조직에서 실제로 벌어질 법한 일들이 수면 위로 드러납니다. 염상수 캐릭터는 그 조직 안에서 ‘살기 위한 선택’을 해야 했던 인물입니다. 처음엔 정의감 넘치는 신참이었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점점 이상을 포기해갑니다. 그는 우리가 사회생활 속에서 종종 마주하는, ‘이렇게라도 살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자기합리화의 대표입니다. 반면 오양촌은 거친 성격과 불같은 행동력으로 조직과 자주 충돌하지만, 누구보다 현장을 잘 아는 경찰입니다. 그러나 시스템은 그에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라이브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이 안에서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드라마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위에서 찍어누르고, 아래에선 버티며 살아가는 구조. 그래서 라이브는 경찰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됩니다.

감정을 놓치지 않는 뛰어난 연출과 연기

현실적인 사회 문제와 조직 갈등을 다루면서도 라이브는 감정을 놓치지 않습니다. 매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사건들—자살 시도, 가정폭력, 실종자 수색 등—은 뉴스에선 단 한 줄로 스쳐가는 이야기지만, 드라마에서는 그 사건을 둘러싼 사람들의 감정을 하나하나 짚어내며 ‘사건 뒤의 인간’을 보여줍니다. 정유미는 한정오 역을 통해 초보 경찰의 좌절과 성장을 섬세하게 표현했고, 배성우는 현장 경험과 인간적인 고통 사이의 갈등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이광수는 코믹 이미지를 벗고, 염상수라는 입체적인 인물을 진정성 있게 소화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넓혔습니다. OST도 절제되어 있으며, 과장된 장면 없이 생활 속 감정을 조용히 끌어올리는 연출이 이 드라마의 진가를 더욱 드러냅니다.

결론: 우리가 살아가는 ‘현장’의 이야기

라이브는 거대한 플롯이 없이도 깊은 인상을 남기는 드라마입니다. 경찰이라는 직업을 통해,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현실, 갈등, 인간관계, 감정의 폭발과 무력함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한 사람의 직업에는, 그 사람의 삶 전체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삶은 때로 정의롭고, 때로 비겁하지만, 결국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지금도 묵묵히 현장을 지키는 누군가를 떠올리게 만드는 드라마— 라이브는 그런 “조용하지만 강한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