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드라마계를 대표하는 스타 작가 중 한 명인 김은숙 작가는 감성적인 대사와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세계관 구축으로 많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2016년 방영된 <도깨비>는 그녀의 대표작으로, 공유와 김고은의 캐릭터뿐만 아니라 서사 구조와 연출 방식까지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도깨비>를 중심으로 김은숙 작가의 독보적인 드라마 스타일을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1. 철저히 계산된 대사 중심 서사
김은숙 작가의 드라마는 대사 한 줄 한 줄에 힘이 있습니다. <도깨비>에서도 이 특징은 강하게 드러나는데, 대사 그 자체가 캐릭터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할 뿐 아니라 장면의 상징성까지 끌어올립니다.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등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수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명대사입니다.
이처럼 그녀의 대사는 서사 전개를 이끄는 ‘대사 드리븐(driven)’ 스타일로, 인물의 심리 상태나 관계의 흐름을 설명 없이 보여주는 데 집중합니다. 이 방식은 시청자들이 직접 감정을 해석하고 몰입하게 만들죠. 또한 그녀는 대사에 시적 표현을 섞는 데 능해, 회화체와 문어체 사이의 미묘한 경계를 유지하며 독특한 감성을 구축합니다.
<도깨비>에서는 이러한 대사의 미학이 극에 깊이를 더해줍니다. 일반적인 대화조차 상징적 의미를 띠며, 극중 인물들이 처한 운명과 감정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장치로 작용합니다. 김은숙 작가의 대사는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드라마 전체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판타지 세계관
김은숙 작가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판타지와 현실의 조화를 통해 독창적인 세계관을 만들어냅니다. <도깨비>는 천 년의 생을 산 도깨비와 죽음을 앞둔 소녀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전개되며, 한국 전통 설화 요소와 현대 로맨스를 결합한 독특한 세계를 선보입니다.
이러한 서사는 단순히 신비한 이야기로 머무르지 않고, 인물의 내면과 감정, 철학적인 주제까지 확장됩니다. 예를 들어 ‘죽음’이라는 테마는 저승사자라는 캐릭터를 통해 구체화되고, ‘운명’이라는 주제는 도깨비 신부의 설정을 통해 구현됩니다. 이처럼 김은숙 작가는 초자연적 소재를 인물 간의 관계와 서사 전개에 자연스럽게 녹여냄으로써 시청자에게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또한 <도깨비>는 퀘벡, 강릉 등 다양한 공간을 활용해 시각적인 판타지를 극대화합니다.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감정과 서사의 일부로 기능하며, 캐릭터의 심리와 운명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이러한 연출은 김은숙 작가 특유의 판타지 로맨스를 보다 감성적으로 표현해줍니다.
3. 캐릭터 중심의 관계 서사와 균형감
김은숙 작가의 작품은 캐릭터 간의 관계성이 매우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도깨비>에서 도깨비(공유)와 저승사자(이동욱), 도깨비와 지은탁(김고은)의 관계는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운명과 구원의 서사를 상징합니다. 각 인물들은 고유한 서사를 갖고 있으며, 서로 다른 인생의 퍼즐 조각처럼 맞물려 이야기를 이끌어갑니다.
또한 그녀는 조연 캐릭터에게도 충분한 서사를 부여하며, 각 인물 간의 균형을 맞추는 데 능숙합니다. <도깨비>에서 저승사자와 써니의 이야기 역시 메인 플롯 못지않게 감정선이 탄탄하게 전개되며, 메인 로맨스와 병렬 구조로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김은숙 작가는 복합적인 인간관계를 다층적으로 설계하며, 이로 인해 시청자는 각 인물에게 깊은 감정 이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에 의존하지 않고, 가족, 친구, 과거와 현재의 연결고리 등 다양한 관계를 중심으로 복합적인 감정의 흐름을 설계합니다. <도깨비>의 경우 이러한 관계들이 운명이라는 큰 테마 아래 유기적으로 엮이면서, 전체적인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도깨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김은숙 작가의 스타일은 감성적이고 철학적인 대사, 환상적인 세계관, 그리고 입체적인 캐릭터 중심 서사입니다. 그녀의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서, 삶과 죽음, 사랑과 운명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섬세하고 세련되게 풀어냅니다. <도깨비>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김은숙 작가의 서사 미학을 직접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요?